새정부 출범과 장애인 자립생활의 변화: 패러다임 전환의 갈림길에서
2025년 6월 4일,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제 갓 며칠이 지났을 뿐이지만,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으며, 장애인 복지 정책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연금의 인상, 활동지원서비스의 확대,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률 상향 등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전개될 정책 변화가 진정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실질적인 전환점을 가져다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새 출발점에서 바라본 정책 현실: 연속성과 변화 사이에서
현재까지는 기존 정부의 정책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이 2.3% 인상되어 월 최대 34만 2,510원이 지급되고,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대상이 13만 2,715명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도 3.6%에서 3.8%로 상향되었죠. 새 정부가 이러한 기조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관건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15년간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해온 센터장으로서 말씀드리면, 이런 양적 확대만으로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월 34만원의 연금으로 서울의 원룸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활동지원 시간의 증가보다는 서비스의 질과 연속성이 더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에게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접근이 기대됩니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진정한 의미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이란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과 통제권을 갖는 것, 즉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핵심입니다. 새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정책들이 이러한 철학적 토대 위에서 설계되기를 기대합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의 전국 확대는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개인의 욕구와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제도의 유연성과 현장의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정부, 새로운 기회: 센터의 역할 재정립
이런 정책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자립생활센터의 역할도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센터는 정부 정책의 수행기관 역할을 충실히 해왔습니다. 동료상담, 권익옹호, 활동지원서비스 연계 등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을 도왔죠.
새 정부 출범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입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정책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변화의 능동적 설계자로서의 역할 말입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새 정부에 전달하고, 지역사회의 실정에 맞는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는 '정책 파트너'로 진화해야 합니다.
지역사회 중심의 새로운 접근
새 정부의 정책 중 특히 주목할 점은 최중증 장애인을 위한 의료집중형 거주시설 시범 도입입니다. 이는 탈시설화의 대원칙과 상충할 수 있는 정책으로, 자립생활 철학에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합니다.
우리는 이런 정책적 딜레마 앞에서 더욱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시설보호가 아닌 지역사회 내 촘촘한 지원망 구축, 의료와 생활지원의 통합적 제공, 가족과 지역주민의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최중증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변화를 위한 제언: 우리가 나아갈 길
새 정부의 정책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첫째,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한 결정은 없다(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원칙이 형식이 아닌 실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개선에도 동등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활동지원사 단가의 미미한 인상으로는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지역 간 격차 해소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간 장애인 서비스의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마치며: 새로운 시작, 새로운 책임
정부가 바뀌고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자동으로 장애인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느냐입니다.
우리 자립생활센터도 새 정부와 함께 변화해야 합니다. 기존의 관성에 안주하지 말고,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장애인 개개인의 꿈과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더욱 정교하고 혁신적인 지원 방식을 개발해야 합니다.
6월 4일의 새 출발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정책의 발표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실천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우리 모두가 그 변화의 주체가 되어,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함께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박건희 센터장
서초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새정부 출범과 장애인 자립생활의 변화: 패러다임 전환의 갈림길에서
2025년 6월 4일,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제 갓 며칠이 지났을 뿐이지만,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으며, 장애인 복지 정책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연금의 인상, 활동지원서비스의 확대,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률 상향 등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전개될 정책 변화가 진정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실질적인 전환점을 가져다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새 출발점에서 바라본 정책 현실: 연속성과 변화 사이에서
현재까지는 기존 정부의 정책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이 2.3% 인상되어 월 최대 34만 2,510원이 지급되고,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대상이 13만 2,715명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도 3.6%에서 3.8%로 상향되었죠. 새 정부가 이러한 기조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가 관건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15년간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해온 센터장으로서 말씀드리면, 이런 양적 확대만으로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월 34만원의 연금으로 서울의 원룸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활동지원 시간의 증가보다는 서비스의 질과 연속성이 더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에게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접근이 기대됩니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진정한 의미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이란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과 통제권을 갖는 것, 즉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핵심입니다. 새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정책들이 이러한 철학적 토대 위에서 설계되기를 기대합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의 전국 확대는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개인의 욕구와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제도의 유연성과 현장의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정부, 새로운 기회: 센터의 역할 재정립
이런 정책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자립생활센터의 역할도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센터는 정부 정책의 수행기관 역할을 충실히 해왔습니다. 동료상담, 권익옹호, 활동지원서비스 연계 등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을 도왔죠.
새 정부 출범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입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정책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변화의 능동적 설계자로서의 역할 말입니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새 정부에 전달하고, 지역사회의 실정에 맞는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는 '정책 파트너'로 진화해야 합니다.
지역사회 중심의 새로운 접근
새 정부의 정책 중 특히 주목할 점은 최중증 장애인을 위한 의료집중형 거주시설 시범 도입입니다. 이는 탈시설화의 대원칙과 상충할 수 있는 정책으로, 자립생활 철학에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합니다.
우리는 이런 정책적 딜레마 앞에서 더욱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시설보호가 아닌 지역사회 내 촘촘한 지원망 구축, 의료와 생활지원의 통합적 제공, 가족과 지역주민의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최중증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변화를 위한 제언: 우리가 나아갈 길
새 정부의 정책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첫째,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한 결정은 없다(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원칙이 형식이 아닌 실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개선에도 동등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활동지원사 단가의 미미한 인상으로는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지역 간 격차 해소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간 장애인 서비스의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마치며: 새로운 시작, 새로운 책임
정부가 바뀌고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자동으로 장애인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느냐입니다.
우리 자립생활센터도 새 정부와 함께 변화해야 합니다. 기존의 관성에 안주하지 말고,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장애인 개개인의 꿈과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더욱 정교하고 혁신적인 지원 방식을 개발해야 합니다.
6월 4일의 새 출발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정책의 발표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실천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우리 모두가 그 변화의 주체가 되어,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함께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박건희 센터장
서초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